손가락이 장작 지피는 일을 다하면 불은 계속 타고 결코 꺼질 줄 모른다.
(『장자』, 안동림 옮김(현암사), 92-93쪽)
* 예로부터 가장 난해한 구로 알려져 주석자마다 해석이 다름
이 구절은 난해해서 여러 주석자들의 해석이 있다. 나는 그 중에서 ‘장작에서 기름(樹脂,수지)은 다 타지만 불은 계속된다 ‘ 라는 주석을 풀이해 보고 싶다. 樹脂란 나무에서 분비되는 점도 높은 액체로 불이 잘 붙어 장작을 타게 하는데 아주 요긴하다. 불을 붙이면 장작보다 먼저 수지가 타고 수지가 다 타고나면 그제야 장작의 몸체가 뜨겁게 달궈지고 장작도 타기 시작한다.
수영을 배우려 할 때 樹脂는 무엇인가? 기본 체력, 수영복, 수경, 수모, 수영장 등의 물질적인 부분만이 아닌 수영을 하고 싶다는 소망이나 열망의 정신적 부분도 樹脂가 된다. 그런 樹脂의 모음으로 시작한 수영은 어느 샌가 특별한 일이 아닌 몸의 습관과 기술로 나의 삶을 구성하게 된다.
요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요리를 하고싶다는 혹은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나 소망과 기본적인 장비를 갖추는 것이 요리에서의 樹脂이다. 책을 보고 유튜브를 보고 이런저런 요리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처음 접해본 어떤 음식을 레시피 없이도 비슷하게 구현해 내는 경지까지 다다를 수 있게 된다.
이 장면을 상상하니 공부하는 과정이 떠오른다. 물론 스스로 아무런 책도 스승도 없이 공부가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나긴 인류의 역사는 스승을 찾고, 그를 넘어서는 과정의 반복이라 볼 수 있다. 감이당이나 남산강학원에 접속하고, 프로그램을 찾아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 것은 기름이 타는 과정이다. 그래서 깨달음을 얻고, 현명해지고 삶을 풍요롭고 충만하게 살아내는 것은 장작이 활활 타는 것이다.
여기까지 글을 쓰니 본문의 해석 ‘손가락이 장작 지피는 일을 다하면 불은 계속 타고 결코 꺼질 줄 모른다’라는 구절도 이해가 된다. 불을 지필 때 장작을 지피는 일을 그만둔다고 해서 불이 꺼지는 것이 아니다. 공기가 잘 통해서 불이 잘 붙도록 장작을 얼기설기 쌓아 올리고 불씨가 장작에 옮겨 붙을 때까지 공을 들이고 다른 장작에 불씨가 옮겨 붙도록 부채질로 바람을 일으켜준다. 그러고 나면 작은 불씨가 장작더미 전체에 옮겨 붙어 커다란 불덩이를 이루게 된다. 손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아도 불은 계속 탈뿐, 꺼지지 않는다.
나는 4개월 전부터 남산강학원 글쓰기학교에서 ‘손가락으로 장작 지피는 일’을 하는 중이다. 처음에도 어려웠고 지금도 공부는 쉽지 않다. 하지만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고, 다른 공부는 무엇이 있나 넘겨다 볼 맘의 여유가 생긴다. 무엇보다, 이곳에는 공부해 온 자신의 배움을 남에게 나누어 주는 분들이 참 많다. 이런 분들은 장자가 말하는 ‘계속 타고 결코 꺼질 줄 모르는 불’의 상태인 분들이다. 참 훌륭한 일이다.
그 과정 중에 나에게는 글쓰기는 장작 태울 때 풍무질이다. 작은 불씨를 더 크게 키우고 앞쪽의 장작에 붙은 불꽃을 뒤편 장작으로 옮겨 붙게 하는 바람을 일으키는 그 풍무질 말이다. 글쓰기와 함께하는 나의 공부과정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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