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5

[장자][인간세]남에게 해를 끼치는 방법

너는 덕이 중후하고 신의가 꿋꿋하지만 아직 남의 기분을 알지 못하고, 명예를 다투지는 않지만 남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 애써 인의/도덕 이야기를 난폭한 자 앞에서 늘어놓는다면 이는 남의 결점을 이용하여 자기가 잘났음을 팔려는 짓이 된다. 이런 일은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라 한다. 남에게 해를 끼치면 반드시 남에게서 해를 돌려 받게 되니, 너도 남에게서 해를 입기가 십상이리라. (『장자』, 안동림 옮김(현암사), 106쪽) 이 말은, 제자인 안회가 이웃 나라인 위나라의 폭군의 마음을 돌리려 여행을 떠나겠다고 하자, 이를 저지하며 스승인 공자가 한 말이다. 위 씨앗문장에서 공자는 안회의 부족한 점이 ’남의 기분을 알지 못하고, 남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라고 했다. 기분과 마음이란 무엇인가? *기분..

장자 2024.07.04

[장자][양생주] 정신으로 대하고 생긴 그대로 따라간다

문혜군은 [그것을 보고 아주 감탄하며] “아, 훌륭하구나. 기술도 어찌하면 이런 경지에까지 이를 수가 있느나?”라고 말했다. 포정은 칼을 놓고 말했다. “제가 반기는 것은 도입니다. [손끝의] 재주(기술) 따위보다야 우월한 것입죠. 처음 소를 잡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이란 모두 소뿐이었으나(소만 보여 손을 댈 수 없었으나) 3년이 지나자 이미 소의 온 모습은 눈에 안 띄게 되었습니다. 요즘 저는 정신으로 소를 대하고 있고 눈으로 보지는 않습죠. 눈의 작용이 멎으니 정신의 자연스런 작용만 남습니라. 천리(자연스런 본래의 줄기)를 따라 [소 가죽과 고기, 살과 뼈 사이의] 커다란 틈새와 빈 곳에 칼을 놀리고 움직여 소 몸이 생긴 그대로를 따라갑니다. 그 기술의 미묘함은 아직 한 번도 [칼질의 실수로] 살이나..

장자 2024.06.30

[장자][양생주] 장작 지피는 일과 꺼지지 않는 불

손가락이 장작 지피는 일을 다하면 불은 계속 타고 결코 꺼질 줄 모른다. (『장자』, 안동림 옮김(현암사), 92-93쪽) * 예로부터 가장 난해한 구로 알려져 주석자마다 해석이 다름 이 구절은 난해해서 여러 주석자들의 해석이 있다. 나는 그 중에서 ‘장작에서 기름(樹脂,수지)은 다 타지만 불은 계속된다 ‘ 라는 주석을 풀이해 보고 싶다. 樹脂란 나무에서 분비되는 점도 높은 액체로 불이 잘 붙어 장작을 타게 하는데 아주 요긴하다. 불을 붙이면 장작보다 먼저 수지가 타고 수지가 다 타고나면 그제야 장작의 몸체가 뜨겁게 달궈지고 장작도 타기 시작한다. 수영을 배우려 할 때 樹脂는 무엇인가? 기본 체력, 수영복, 수경, 수모, 수영장 등의 물질적인 부분만이 아닌 수영을 하고 싶다는 소망이나 열망의 정신적 부분..

장자 2024.06.27

[장자][양생주] 자유

못가의 꿩은 열 걸음 걸어서 [겨우] 한 입 쪼아먹고, 백 걸음 걸어서 한 모금 마시지만, 새장 속에서 길러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새장 속에서는 먹이가 충분하여] 기력은 황성하겠지만 속이 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자』, 안동림 옮김(현암사), 92-93쪽) 새장속의 새는 따뜻하고 시원한 실내에서 충분한 먹이를 먹고, 잠시의 재롱으로 우쭈쭈와 충분한 먹이를 보장받는다. 하지만 못가의 꿩은 먹을 것이 귀하다. 겨울에는 추위까지 견뎌야 한다. 그럼에도 새장을 거부한다. 장자는 그 이유를 속이 편하지 못해서라고 했는데, 달리 말해 자유가 없어서 이다. 자유란 무엇인가, 무엇이길래 생존의 위협을 무릅쓰더라도 지키려 한단 말인가? 自(스스로 자), 由(말미암을 유). 말미암다는 말은, 현상과 사물의 원인과 ..

장자 2024.06.26

[장자] 도를 아십니까?

20대 대학생 시절 종로 거리를 걷다가 ‘도를 아십니까?’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을 따라간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도’가 궁금했나 보다. 하얀 소복으로 갈아입고 절을 몇 번 한 것 외에, 별다른 기억이 없는 것을 보니, 그들은 내게 ‘도’를 못 알려준 모양이다. 요즘도 거리에서 종종 그들을 만난다. 여전히 내게 도를 가르쳐 주고 싶어 한다. 대답대신 빠른 걸음으로써, 매번 ‘도’를 걷어차 버린다. 큰 맘 먹고 시작한 글쓰기학교. 맙소사, 이번엔 [장자]가 내게 ‘도’를 알려주려 한다. 모호한 비유와 상징, 난해한 어법, 처음보는 한자가 가득하다. 무엇보다 ‘참된 도는 명칭으로 나타낼 수가 없다. (중략) 도는 뚜렷이 나타나면 참된 도가 아니다. (중략) 최고의 지식은 알지 못하는데 머물러 있어야 한다(..

장자 2024.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