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중송] 해설 편에서는 먼저 용수의 사상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근본중송] 전체 27장의 구성은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제1부
A 법무아, 인무아의 총론
제1장: 4연의 이론을 논파해서 불생()의 연기()를 설함. 법무아(법무아)
제2장: 운동이 공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논증한다. 인무아(인무아)
B 법무아(법무아), 인무아()의 각론
제3~8장: 존재의 구성요소(법)에 관한 이론을 부정하고 법무아()를 설명함
제9~12장: 인격주체(뿌드갈라)를 부정하고 인무아()를 설명함.
제13~17장: 모든 법의 고유한 성질(자성)을 부정하고 모든 것이 공()이라는 것을 입증함
제2부
C 공성()과 진실, 윤회의 관계
제18장: 공성으로 진실을 분명하게 한다.
제19~23장: 공성으로 윤회를 해탈한다.
D 공성과 전통적인 교설과의 관계
제24~25장: 공성으로 4성제()와 열반을 재해석한다.
제26장: 12연기(유전문, 환멸문)를 해석한다.
제27장: 공성으로 자기()와 셰계에 관한 모든 견해를 부정한다.
[근본중송]은 이처럼 크게 2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삿된 것을 타파’한다는 의미에서 공격 부분에 해당한다. 설일체유부()를 비롯한 실재론자의 이론을 다양한 논법으로 논파하고 있다. 그 논파 대상은 크게 나누어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인간 안의 어떤 ㅅ실체, 예를 들면 아뜨만()이나 뿌드갈라 등의 주체적인 존재를 설정하고 그것에 의해 사람의 행위, 인식, 혹은 윤회를 통해 업이 이어지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두 번째는 몇 가지 실체적인 요소를 설정해서 그것으로 인간존잴르 포함한 세계의 구조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전자를 부정하는 것이 ‘인무아론()’, 후자를 부정하는 젓이 ’법무아론()‘이다.
또한 A가 총론이고 B가 각론이라는 구조로 되어 있다.
A의 제1장은 4연설을 비롯한 당시의 여러 인과설에 대해 ’자신, 타자, 자신과 타자, 원인 없는 것()‘으로 나누고, 만일 그것이 실체라고 한다면 그 사이에는 인과관게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논하고 있다.
제2장은 걷는 행위와 관련해서 걷고 있는 지점을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고, 만일 그것이 실체라고 한다면 행위자, 행위대상, 행위의 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 또한 결과로서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논하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문법 학파의 실재론적인 언어분석에 대한 비판일 것이다.
이 1장과 2장의 내용은 이후에 전개되는 논의의 도입부이자 이론적 기반이다.
‘인(); ’법()‘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용수의 공격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설일체유부의 교리체계 등에 대해서는 다음의 나항에서 설명한다.
2부는 실재론을 부정하는 논거인 공성()이란 무엇을 말하고, 공성에 으히ㅐ 무엇이 초래되는가에 대한 적극적인 설명부분이다. 전총적인 화법에 의하면 ’바른 것을 드러냄()‘에 해당한다.
C에서는 공성이 초래하는 희론적멸()의 경지, 진실, 법성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나아가 윤회와 얽혀있는 다양한 주제들을 공성에 비추어 설명하고 있다.
D는 전통교리를 공성으로 재해석하거나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예를 들면 4성제()와 열반은 ’공성을 근원으로 하기 때문에 성립한다‘고 설명한다.
제26장의 12연기는 단지 유전문()과 환멸문()을 해설하고 있을 뿐인 것처험 보이자만 [근본중송] 전체의 맥락에서 보면 공성에 기반한 새로운 해석을 제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나항 및 다항에서 상세하게 설명할 것이다.
마지막 제27장에 관해서는 약간의 서명이 필요하다. [근본중송]의 이 마지막 장에서는 초기경전 이후의 주제라고 알려져 있는 자기()와 셰계에 관한 다양한 견해가 다시 거론되고 공성으로 이 잘못된 견해들을 부정하고 있다.
자기는 사후에도 계속 존재하는지 아닌지, 자기는 5온(, 몸과 마음)과 같은지 다른지, 혹은 세계는 유한한지 무한한지 등과 같은 물음에 대한 단정적인 해명이 아견(), 유신견(), 상견(_, 단견(_), 유견(), 무견() 등의 잘못된 견해이다.
초기경전 중 하나인 [범망경]에서는 잘못된 견해들을 ’62견‘으로 정리하고 그 끝부분에 일곱 종류의 연기로 잘못된 견해의 발생과 소멸을 설명하고 있다.
제27장 마지막 게송에서는 {근본중송] 전체의 결론을 내리고 처음 부분에 나오는 귀경게에 호응하면서 아마도 이와 같은 전통을 받아들이고자 다음과같이 말하고 있다. 중요한 게송이기 때문에 이후에도 인용하겠지만 여기에서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사람들에대한] 연민의 정으로 모든 [나쁜] 견해를 끈기 위해 [연기]라고 하는 바른 법(정법)을 설하신 고따마(=붓다)에게 나는 귀의 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바른 법(정법)’은 말할 필요도 없이 연기를 뜻한다.
다만 초기경전에서 설명하는 연기는 삿된 견해로부터의 회피책이었던 것에 비해 [근본중송]의 경우는 공성과 등치 되는 연기이다.
또한, 이 책 처음 부분의 게송에서 말하는 ‘희론적명()’ ‘상서로움()’으로 이끄는 것으로, 초기경전과 다른 연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초기경전에서 삿된 견해에 대응하는 또 다른 방법이자 회피책으로 ‘무기(답변의 거부)’가 있다.
예를 들면 [맛지마니까야] 제 63 [소말룬꺄경]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자기’와 ‘세계’에 관한 물음에 대해 붓다는 대답을 피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내가 대답하지 않은 것은 대답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라. 또한 내가 대답하는 것(=4성제)은 대답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라.“
이것은 무의미한 생각을 멈추고 열반에 이바지하는 4성제를 실천하라고 권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근본중송]은 붓다의 말이나 행동을 중시하고 자주 명시적으로 언급하거나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근본중송]의 공성은 붓다의 이 ‘무기()‘를 단순한 회픽가 아니라 깊은 의도가 내포된 행동이라고 하여 그 진의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깊은 의도를 담아 사람들을 가르치고 이끌어 온 붓다에게 귀의의 마음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붓다의 ’무기()‘라는 가르침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