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쪽) 그러므로 성인은 마음을 자유로이 노닐게 한다. 그리고 지식을 화의 근원을 여기고 예의 규범을 갖풀로 생각하며, 도덕을 교제의 수단으로 알고 기교를 장사 솜씨로 여긴다. 성인은 모략을 하지 않으니 어찌 지식이 필요하랴. 깎고 다듬지 않으니 어찌 갖풀이 소용되랴. [도를] 잃음이 없으니 어찌 도덕이 필요하랴. 물건 매매가 없으니 어찌 장사가 소용되랴. 이 [모략하지 않고 깎고 다듬지 않으며, 도를 잃지 않고 물건 매매를 않는다는] 네 가지는 [참되게 살기 위한] 자연의 양육이다. 자연의 양육이란 자연이 만물을 먹여 살린다는 말인 것이다. 자연이 먹여 살리는데 어찌 또 인위가 필요하랴.
(168쪽) [성인은]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으나 사람의 정을 지니지 않는다.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으므로 사람들과 함께 살지만, 사람의 정이 없으므로 옳다. 옳지 않다 하는 판단을 몸에서 구할 수는 없다. [성인이] 너무도 작게 보이는 까닭은 사람들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나 큰가. 홀로 그 자연의 덕을 이룩한 것은.
(169쪽)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사람에겐 본래 정이 없는 걸까?’ 장자는 대답했다. ‘그렇다네.’
혜자가 다시 말했다. ‘사람이면서 정이 없으면 어찌 그를 사람이라 하겠나?’ 장자는 또 대답했다. ‘자연의 도리가 얼굴 모습을 베풀어 주고, 자연의 작용이 몸의 형태를 베풀어 주었는데 어찌 사람이라 아니할 수 있겠나?’
자연의 양육
지식 - 화의 근원 - 성인은 모략을 하지 않으니 지식이 필요 없다.
예의 규범 - 몸을 얽매는 갖풀 - 성인은 깎고 다듬지 않으니 어찌 갖풀이 소용되랴
도덕 - 교제의 수단 - 성인은 도를 잃음이 없으니 어찌 도덕이 필요하랴
기교 - 장사 솜씨 - 성인은 물거 매매가 없으니 어찌 장사가 소용되랴